대한불교조계종쌍봉사철감선사탑비 화순 이양면 문화,유적

가을 바람이 선선하던 평일 오후, 화순 이양면에 위치한 대한불교조계종 쌍봉사 철감선사탑비를 찾아갔습니다. 도로를 따라 이어지는 황금빛 논 사이로 길게 뻗은 도로 끝에 고즈넉한 사찰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방문 목적은 단순한 유적 관람이었지만,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주변의 공기부터 달라진 느낌이었습니다. 산 아래로 내려앉은 안개와 고요한 경내의 분위기가 묘하게 어우러졌습니다. 오랜 세월을 버텨온 탑비 앞에 서니 자연스럽게 자세가 낮춰졌고, 세월의 흔적 속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이 마음에 깊이 남았습니다. 그저 돌비를 본 것이 아니라, 그 시대의 숨결을 잠시나마 느낀 시간이었습니다.

 

 

 

 

1. 고즈넉한 산길을 따라 닿는 길

 

이양면 중심지에서 쌍봉사까지는 차로 약 10분 정도 소요되었습니다. 좁은 시골길을 따라가면 오른편에 작은 표지석이 눈에 띄는데, 그곳이 바로 쌍봉사 진입로입니다. 도로 폭이 좁아 마주 오는 차량을 피하기 어렵지만, 길가에는 가끔씩 갓길 공간이 있어 잠시 대기할 수 있었습니다. 사찰 앞에는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으며, 승용차 기준으로 약 20대가량 주차 가능합니다. 주차장 끝자락에서부터 들리는 물소리가 귀를 간지럽혔고, 그 뒤편으로 고목이 늘어선 숲길이 이어졌습니다. 그 길을 천천히 걷다 보면 자연스레 마음이 차분해집니다. 탑비로 향하는 오솔길의 흙냄새가 유난히 진하게 느껴졌습니다.

 

 

2. 조용한 사찰의 공간 구성

 

경내는 크지 않지만 정돈이 잘 되어 있었습니다. 입구에서 바라보면 좌측에는 대웅전이 있고, 오른편 아래쪽에는 철감선사탑비가 자리합니다. 목조건물의 단청은 오래된 색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으며, 기둥에는 이끼가 살짝 낀 흔적이 남아 있었습니다. 스님 한 분이 마당을 쓸고 계셨고, 그 모습조차 풍경의 일부처럼 자연스러웠습니다. 탑비로 내려가는 돌계단은 경사가 약간 있지만 발판이 고르게 놓여 있어 이동이 어렵지 않았습니다. 곳곳에 안내 표지판이 있어 유래를 쉽게 이해할 수 있었고, 공간 전체가 조용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바람에 종소리가 간간이 울리며 사찰의 고요함을 더욱 깊게 만들었습니다.

 

 

3. 천년의 세월을 새긴 탑비

 

쌍봉사 철감선사탑비는 고려시대의 대표적인 비석 중 하나로, 실제로 가까이에서 보면 그 규모와 조각의 정교함에 놀라게 됩니다. 비신은 한눈에도 오랜 세월을 견딘 흔적이 역력했습니다. 표면의 일부는 풍화되어 있지만, 새겨진 글씨의 힘찬 필체는 여전히 또렷했습니다. 비의 윗부분에는 거북받침과 이수(머릿돌)가 이어져 있는데, 거북의 등무늬와 얼굴 표정이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었습니다. 특히 눈매의 각도와 입 모양이 생동감 있게 남아 있어 그 시대 장인의 솜씨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돌에 새겨진 문양을 따라 손끝으로 공기의 흐름을 느끼니, 그 안에 담긴 정성과 신앙심이 그대로 전해졌습니다.

 

 

4. 주변 풍경 속 잔잔한 배려

 

탑비 주변에는 방문객을 위한 의자 몇 개와 그늘막이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소박한 시설이지만 잠시 앉아 숨을 고르기에 충분했습니다. 근처에는 작은 연못이 있고, 물 위로 잉어가 천천히 움직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안내문 옆에는 비석에 새겨진 글씨를 해석해 놓은 설명판이 있어 이해를 도왔습니다. 주변은 늘 관리가 잘 되어 있었고, 쓰레기 하나 없이 깨끗하게 유지되고 있었습니다. 공간이 크지 않아도 전체가 하나의 조용한 정원처럼 느껴졌습니다. 나무 사이로 들어오는 빛이 비석 표면에 반사되며 순간순간 다른 표정을 보여주었는데, 그 빛의 움직임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적인 시간이었습니다.

 

 

5. 인근의 느린 여정지

 

탑비를 둘러본 뒤에는 근처의 천태산 자락을 따라 이어지는 숲길로 걸음을 옮겼습니다. 입구에서 5분 정도 차를 타고 이동하면 ‘이양삼거리’ 근처의 작은 카페들이 보입니다. 특히 ‘삼거리다방’은 오래된 건물을 개조한 곳으로, 전통차와 간단한 디저트를 즐길 수 있습니다. 조금 더 이동하면 ‘화순온천지구’가 연결되어 피로를 풀기에도 좋습니다. 탑비 관람과 온천 방문을 함께 하면 하루 일정이 알차게 마무리됩니다. 주변에는 간단히 식사할 수 있는 한식집도 여러 곳 있어 이동 동선이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 문화유적을 중심으로 한 여유로운 하루를 보내기에 알맞은 코스였습니다.

 

 

6. 방문 전 알아두면 좋은 점

 

탑비는 야외에 위치해 있으므로 비가 오는 날에는 흙길이 미끄럽습니다. 우산보다는 방수 재킷과 운동화를 추천합니다. 또한 사찰 내에서는 큰 소리로 대화하거나 음식물을 반입하지 않는 것이 예의입니다. 촬영은 가능하지만, 삼각대 사용은 제한되어 있습니다. 방문 시간은 오전 9시에서 오후 5시 사이가 적당하며, 해 질 무렵에는 주변 조명이 부족해 시야가 어두워집니다. 여름철에는 벌레가 많으므로 긴 바지를 착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무엇보다 이곳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수행의 공간이기에, 잠시 머무는 동안 마음을 낮추고 조용히 걸으면 훨씬 더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습니다.

 

 

마무리

 

쌍봉사 철감선사탑비는 단순한 돌비가 아니라 한 시대의 정신과 예술이 함께 새겨진 기록물이었습니다. 눈앞에서 마주한 비석은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존재감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잠시 머무는 동안 마음이 고요해졌고, 불교문화의 깊이를 다시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곳을 다녀온 후에는 일상의 속도가 한결 느려진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다시 방문한다면 봄철 새잎이 돋는 시기에 오고 싶습니다. 천년의 세월을 품은 이 작은 공간은, 조용히 시간을 건너는 법을 가르쳐주는 곳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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